티스토리 뷰
목차

최근 현대차그룹 내에서 들려온 갑작스러운 소식 하나가 업계를 뒤흔들었습니다.
바로 현대차의 소프트웨어 대전환(SDV)을 진두지휘하던 송창현 사장(AVP본부장)의 전격적인 사임 소식입니다.
단순히 임원 한 명이 회사를 떠난 것이 아닙니다.
이 사건은 현대차가 수조 원을 쏟아부으며 추진해 온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략이 중대한 기로에 섰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CTO 출신이자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의 창업자.
그가 현대차에 합류했을 때만 해도, 우리는 "이제 제조사 현대차가 IT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구나"라며 기대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퇴장은 우리에게 뼈아픈 현실을 보여줍니다.
오늘은 송창현 사장의 사임이 시사하는 '레거시(Legacy) 기업의 딜레마'와, 실패 사례로 꼽히는 '폭스바겐 카리아드'를 통해 현대차가 나아가야 할 길을 심층 분석해 보겠습니다.
"무모해 보이던 도전": 스타트업 DNA와 대기업의 충돌
송창현 사장은 퇴임사에서 그동안의 고충을 아주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혁신을 꿈꾸는 스타트업 DNA'와 '안정을 중시하는 거대 제조업의 관습' 사이에서 겪었을 갈등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30년 넘게 '쇳물'과 '엔진'으로 성장해 온 현대차그룹입니다.
그 견고한 조직 문화 속에, 갑자기 IT 개발 문화를 심는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만큼이나 어려웠을지 모릅니다.
특히 현대차는 자율주행, 내비게이션, 차량 OS 등 흩어져 있던 소프트웨어 조직을 AVP(Advanced Vehicle Platform) 본부로 통합하고, 이 거대한 조직의 키를 송 사장 1인에게 쥐여주었습니다.
이는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승부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양날의 검'이 되었습니다.
페이스북(메타)이나 오픈AI 같은 테크 기업들은 핵심 개발자 한 명이 이탈하면 주가가 휘청입니다.
이번 사태 역시 '한 사람에게 집중된 권한'이 사라졌을 때, 조직 전체가 얼마나 허무하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 '리스크의 현실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뭔가를 보여주기 전에 떠난다"는 그의 뒷모습은, 현대차의 소프트웨어 전환이 내부적으로 얼마나 험난했는지를 방증합니다.
섬뜩한 경고: 폭스바겐 '카리아드(Cariad)'의 실패
이번 사태를 보며 우리는 독일의 거인, 폭스바겐의 사례를 반드시 되짚어봐야 합니다.
현대차보다 앞서 비슷한 고민을 했고, 처참한 실패를 맛본 '카리아드(Cariad)' 이야기입니다.
폭스바겐은 자율주행과 SW 개발을 위해 무려 24조 원을 투자해 자회사 '카리아드'를 설립했습니다.
현대차의 '포티투닷'과 매우 유사한 행보였죠.
하지만 결과는 '소프트웨어가 나오지 않는 소프트웨어 회사'라는 오명뿐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망했을까요?
첫째, 관료주의의 독이 퍼졌습니다.
수천 명의 개발자를 단기간에 채용하다 보니, 자동차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인력이 대거 유입되었습니다.
개발자들은 코딩을 하는 대신, 상부에 보고할 '파워포인트'를 만드느라 밤을 새웠습니다.
일주일에 17번이나 회의를 했다는 증언은 이 조직이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결국 포르쉐 마칸 같은 핵심 신차 출시가 2년이나 지연되는 참사를 낳았습니다.
둘째, '갑'과 '을'의 전쟁이었습니다.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등 각 브랜드에서 차출된 인력들은 카리아드를 자신들의 '하청 업체' 취급했습니다.
반대로 카리아드는 자신들이 그룹의 미래를 쥔 '컨트롤 타워'라고 생각했죠.
이 좁혀지지 않는 간극과 알력 다툼 속에서 혁신은 질식해 버렸습니다.
셋째, 너무 편한 '온실'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근무 환경이 너무 좋았습니다.
높은 연봉, 재택근무, 야근 없는 삶. 직원들조차 "이렇게 일해서 테슬라를 이길 수 있을까?"라고 자조할 정도였습니다.
절박함이 없는 조직에서 혁신적인 결과물이 나올 리 만무했습니다.
이 섬뜩한 사례는, 지금 현대차그룹이 내부적으로 겪고 있을 진통과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현대차의 진짜 약점과 새로운 기회
그렇다면 송 사장의 사임으로 현대차의 자율주행 꿈은 끝난 것일까요?
저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 사태는 기술 그 자체보다, '보수적인 태도'가 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임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100m 달리기 시합에서 70년 된 무거운 배낭을 메고 뛴다면, 아무리 근육이 좋아도 이길 수 없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스러워하는 순간, 미래는 멀어집니다.
이제는 기존의 성공 방식을 단호하게 끊어내고 백지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다행히 현대차는 이미 플랜 B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① 비전 센서 기반의 'XP2 프로젝트'
라이다(LiDAR)와 정밀지도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테슬라처럼 카메라(비전)와 AI가 스스로 판단하는 'End-to-End' 딥러닝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차량 1,000대를 직접 투입해 데이터를 모으겠다는 계획은, 레거시 업체 중 가장 공격적이고 빠른 행보입니다.
② 외부와의 과감한 협력
폭스바겐이 자존심을 버리고 리비안(Rivian)과 손을 잡았듯, 현대차도 문을 열어야 합니다.
이미 중국의 자율주행 강자인 하오모(Haomo)나 모멘타(Momenta) 등과의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자체 개발(In-house)'하겠다는 고집을 버릴 때, 속도는 더 빨라질 것입니다.
뼈를 깎는 변화가 필요할 때
송창현 사장의 퇴장은 현대차에게 뼈아픈 손실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동시에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DNA를 심는 무모해 보이던 도전이 정말 쉽지 않고 순탄치 않았다. 테크 스타트업과 레거시 산업의 회사 사이에서 수도 없이 충돌했다."
출처: 송창현 사장, 임직원에게 보낸 퇴임 이메일 중
이 고백이 헛되지 않으려면, 현대차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조직 문화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합니다.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실패를 용인하며, 외부 기술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자세.
그것만이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를 넘어 진정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하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
현대차가 이 진통을 이겨내고, 더욱 단단해진 SDV 플랫폼으로 우리 앞에 다시 서기를 기대해 봅니다.
'자동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눈길 운전 필수템! 스노우체인 종류 완벽 정리 & 올바른 장착법 (사슬, 우레탄, 직물 비교) (0) | 2025.12.06 |
|---|---|
| 아반떼 에코모드 해제 방법, 무조건 끄는 게 답일까? (CN7, AD 연비 진실) (0) | 2025.12.05 |
| 설마 했는데 체포영장? 무보험 운전이 '지명수배'로 이어지는 과정 (과태료, 번호판 영치, 형사처벌 총정리) (0) | 2025.12.02 |
| 하이패스 인식 오류 해결법! 단말기 고장 증상부터 셀프 교체·등록까지 총정리 (0) | 2025.12.02 |
| 현대기아차 AS의 배신, '편리한 정비'는 옛말이 되었습니다 (부품 대란과 예약 시스템의 현실) (0) | 2025.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