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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사고, 왜 문이 안 열릴까?
    전기차 사고, 왜 문이 안 열릴까?

     

    전기차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기술은 발전했지만, 역설적으로 안전 문제는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에서 구조가 지연되거나 불가능했던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며,
    “왜 문이 안 열리느냐”는 질문이 전 세계 운전자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샤오미 SU7 사고가 던진 충격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샤오미 SU7 전기차 화재 사고는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었습니다.


    운전자는 음주 상태로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았고, 차는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죠.


    하지만 더 충격적인 건, 사람들이 문을 열지 못해 운전자를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목격자들이 손잡이를 당기고 발로 차보았지만,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 장면은 ‘기술이 인간을 구속하는 순간’이라는 비판을 불러왔죠.


    전문가들은 이 문제의 원인을 전자식 도어 핸들과 이중 접합 유리 구조에서 찾고 있습니다.


    사고 후 전자 시스템이 멈춘다

     

     

    전기차의 문이 열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12V 저전압 배터리의 손상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전기차는 고전압 배터리 외에, 문·에어컨·라이트 같은 장비를 담당하는
    보조 배터리가 별도로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보조 배터리가 사고 충격으로 손상되면,
    문을 여는 전자식 장치가 완전히 작동을 멈추게 됩니다.


    즉, 전원 공급이 끊기는 순간 모든 전자식 장비가 잠긴 채 멈춰버리는 셈이죠.

     

    테슬라, 현대, 기아, 샤오미 모두 전자식 도어 핸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한 브랜드만의 이슈가 아닙니다.


    기술적 편의가 오히려 ‘구조의 걸림돌’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전자식 도어 핸들의 함정

     

     

    요즘 전기차들은 ‘히든 도어 핸들’이라는 디자인을 채택합니다.


    평소엔 손잡이가 매끈하게 숨겨져 있다가, 차량이 인식되면 살짝 튀어나오는 방식이죠.

     

    이 방식은 공기저항을 줄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주지만,
    문제가 생기면 물리적으로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집니다.


    샤오미 SU7의 경우 외부에서 수동 개방 장치가 전혀 없었고,
    비상 스위치조차 도어 하단 깊숙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테슬라 모델 S, 제네시스 G80 일렉트리파이드 등도
    비상 레버가 숨겨져 있어 긴박한 상황에서는 찾기 어렵습니다.


    특히 배터리 화재로 차 안이 연기나 불꽃으로 가득하면
    레버의 위치를 확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유리를 깨고 탈출하는 것도 어렵다

     

     

    “문이 안 열리면 유리를 깨면 되지 않나요?”


    이 질문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최근 전기차는 대부분 이중 접합 유리를 사용합니다.


    두 장의 유리 사이에 특수 필름이 붙어 있어 충격 흡수와 소음 차단에 탁월하죠.


    하지만 이 구조가 오히려 비상 상황에서는 탈출을 막는 벽이 됩니다.

     

    시중의 비상망치로도 금만 가고 완전히 깨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전문 구조 장비가 없으면 깰 수 없다는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이제 차량 유리는 ‘깨지지 않는 안전 장치’이자 ‘탈출 불가의 벽’이 되어버린 겁니다.


    “기술은 인간을 보호하지만, 동시에 인간을 가둘 수도 있다.”
    — BBC 자동차 안전 리포트 (2024)


    중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

     

     

    중국 정부는 이 문제를 가장 먼저 인식하고, 2027년부터 새로운 안전 규제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핵심은 “모든 차량은 반드시 기계식 개방 장치를 외부에 갖춰야 한다”입니다.

     

    즉, 터치식이나 완전 전자식 도어만 있는 차량은 판매가 금지됩니다.


    또한, 비상 탈출용 손잡이는 누구나 즉시 볼 수 있도록
    빨간색 돌출형으로 만들어야 하며, 최소 크기도 현재의 세 배 이상으로 규정되었습니다.

     

    테스트 결과, 이중 안전장치를 적용한 차량은
    충돌 후 문 열림 성공률이 98%까지 상승했다고 합니다.


    이제 단순한 ‘디자인 경쟁’이 아니라, 안전 중심 기술로의 회귀가 시작된 셈입니다.

     


    자동차 업계가 직면한 기술의 역설

     

     

    하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이중 개방 구조를 설계하려면 부품 단가가 크게 상승합니다.

     

    기계식 손잡이는 개당 16,000원이지만,
    히든형 전자식은 약 8만 원,
    전자+기계 이중 구조는 16만 원 이상으로 10배가량 비쌉니다.

     

    여기에 차량 설계 변경과 충돌 테스트, 인증 비용까지 포함되면
    문짝 하나당 개발비가 수십억 원 단위로 늘어납니다.


    결국 ‘디자인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 기능이 뒷전으로 밀린 것이죠.


    자동차의 본질, 다시 ‘안전’으로 돌아가야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기술입니다.


    그런데 요즘 자동차 기업들은 ‘멋진 디자인’과 ‘첨단 감성’에 집중한 나머지,
    정작 본질인 안전을 희생하고 있습니다.

     

    안전 장치가 숨겨져 있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비상시 누구나 바로 찾고 작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숨겨진 버튼’보다 ‘눈에 띄는 레버’가 더 안전합니다.


    기술은 인간을 구해야 한다

     

     

    자율주행, 전동화, 인공지능—all 좋은 기술입니다.


    하지만 안전 철학이 없는 기술은 불완전합니다.


    기술은 사용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존재해야지,
    그 생명을 가두는 장치가 되어선 안 됩니다.

     

    자동차 산업이 다시금 “안전 중심 철학”을 되찾을 때,
    비로소 전기차는 진정한 미래 이동수단으로 완성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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